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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2   포기하지마, 페니.. [10]

포기하지마, 페니..

역시 현실은 냉정했다. 생각해보면, 지금 무명의 NBA 선수들도 언제 제2의 앨런 휴스턴, 제2의 페니가 되지 말란 법이 없는 노릇이고, 스포츠는 머리와 자신감으로 한다지만, 스포츠 중에 농구는 가장 운동능력이 뒷받침되어야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82경기를 치뤄야하는 NBA 정규시즌을 생각해보면 이 71년생 노장의 컴백은 냉정하게 말해 무리였다. 결국 한 차례 시범경기를 지켜본 후, 뉴욕 닉스는 컴백을 희망하던 앨런 휴스턴에게 방출 통보를 내리고 말았다. 아직 다른 팀에서라도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지닌 휴스턴이지만, 많은 팬들의 격려와 지지가 있었던 뉴욕에서조차 방출당한 그이기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다른 한 명의 71년생도 재기를 희망하고 있다. 페니 하더웨이. 뭐 옛날 이야기해서 무어 하랴. 페니의 화려했던 옛날을 모르는 농구팬도 없을 뿐더러, 허황된 희망만으로 그의 재기를 바란다는 둥, 믿어 의심치 않다는 둥의 하등의 말들은 그저 우리의 레전드에 대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은 냉정하게 이 서른 일곱살 노장의 올시즌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뭐, 말은 냉정하게, 현실적으로..라고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 주인공이 죽기 바라는 사디스트는 아니므로, 물론 '희망'이라는 전제를 깔아 놓는 건 당연하고..

페니의 화려했던 전성기는 제이슨 키드와 이룬 이른바 '백코트 2000' 그 2000년도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미 한 차례 무릎 수술을 받았던 페니는 아픈 무릎과 함께 제이슨 키드가 부상으로 떨어져 나간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매경기 트리플 더블급의 활약과 팀의 리딩 스코어로써 부상 투혼을 보여주었지만, 코비와 샤킬 오닐이 이끌던 레이커스에게 무릎을 꿇었고, 다시 두번째 무릎 수술을 받게 되었다.

무릎 수술 후유증에서 한결 벗어난 2002시즌 '백코트 2000'은 제이슨 키드와 스테판 마버리의 트레이드로 별 성과없이 끝났다. 그렇지만 키드보다 득점 욕심이 많은 마버리와의 호흡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버리와 짝을 이룬 첫 한달동안 페니는 19.9득점 5.4리바운드 4.6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차례 무릎 수술과 서른줄에 접어든 페니에게 부담을 느꼈을까? 피닉스는 조 존슨을 영입했고, 페니는 생애 처음 벤치로 물러나 식스맨으로 뛰어야 했다.

조 존슨에게 밀려난 피닉스에서도 그렇고, 트레이드 된 뉴욕에서도 그랬다. 정규 시즌 감독들은 페니를 벤치로 내몰았고,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그제서야 페니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페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플레이오프에서 두자릿수의 득점과 5개에 육박하는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로 감독과 팬들의 기대에 부흥했다.

서른 다섯살이 된 페니는 장기 계약의 종료와 함께 치욕적인 트레이드 & 방출로 허무하게 NBA 무대를 떠나야 했다. 페니가 방출 통보를 받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올랜도였고, 자신의 방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은 다름 아닌 자신때문에 감독직에서 쫓겨났던 브라이언 힐이었다. 1997년 당시 올랜도 매직의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힐은 엉성한 지도력으로 주장이었던 페니를 중심으로 한 선수단의 항의 끝에 구단에 해임 통보를 받았고, 이후 2005년 올랜도 감독으로 돌아와 있었다. 토사구팽,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로 페니의 트레이드와 방출을 요약해 표현하고 싶다.

순둥이 페니도 홧병이 났을까? NBA 우승 트로피와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마지막 보답을 하고자하는 의지로 페니는 지난 2년간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1년이 아닌 2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섣부론 복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결과 나이는 이제 서른 일곱이 되었지만, 늘 괴롭히던 무릎 통증도 사라졌고, 열심히 훈련한 덕택에 체중과 몸매도 2002년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베테랑의 가치를 아는 팻 라일리, 우승 전력, 샤킬 오닐이라는 세 가지를 보고 마이애미 히트에 복귀 의사를 타진했고, 이에 라일리 감독이 직접 페니를 테스트 한 뒤, 히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2년만에 나타난 페니, 삭발을 하고 나타났다. 37년 전 태어났을 때에도 머리카락 한 두개는 있었을테니, 페니의 이번 삭발은 생애 처음이 아닐까 싶다. 굳은 의지의 표명이 아닐까? 그리고 등번호 7번..도렐 라이트라는 히트의 유망주가 페니를 상징하는 1번을 달고 있었지만, 페니는 통상 등번호를 부탁하는 관례를 거부하고, 역시 생애 처음 7번이라는 등번호를 달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두 무릎에 모두 장착된 무릎 보호대..

지난 주말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드디어 2년여만에 처음으로 NBA 코트에서, NBA 선수들과 실전 경기를 치루게 되었다. 뉴올리온스 호넷츠와의 경기에서 24분간 뛰며 무득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 2턴오버, 4파울을 기록. 그리고 다음 날 멤피스와의 두번째 경기에서는 16분간 뛰며 2득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3턴오버, 1파울을 기록했다. 로또월드는 '이거뭐'라는 코멘트를 달았지만, 2년간의 공백을 감안했을 때,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2경기 평균 1득점? 페니는 40분동안 슛시도는 4번밖에 하지 않았다. 대신 어시스트와 리바운드, 스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게 바로 올시즌 페니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2경기 평균 3.5개의 어시스트는 올시즌 히트의 선발 포인트가드로 뛸 제이슨 윌리암스의 4경기 평균 3.3개보다 많은 팀 1위의 기록이다.

본격적으로 올시즌을 예상해보자. 히트의 정규시즌 PG~SF 로테이션은 제이슨 윌리암스, 드웨인 웨이드, 스무쉬 파커, 도렐 라이트가 될 것이다. (예상 베스트5 : 제이슨 윌리암스-드웨인 웨이드-도렐 라이트-유도니스 하슬렘-샤킬 오닐) LA 레이커스에서 만개한 스무쉬 파커가 PG, SG, SF 포지션을 전방위 백업하며 키 식스맨 역할을 할텐데, 바로 페니의 경쟁자를 꼽자면 스무쉬 파커가 되겠다. 그런데 올 봄, 웨이드가 어깨 수술을 받아, 12월 복귀를 노리고 있기에, 개막 선발 PG~SF는 제이윌, 파커, 라이트가 될 것이다. 페니의 기회는 바로 웨이드가 없는 11월~12월, 팀의 키 식스맨 역할이 주워졌을 때이다. 충분히 경쟁력은 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페니는 어시스트 능력이 있다. 또한,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으로 대변되는 스틸 능력도 여전하다. 충분히 팀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혹시 여기까지 와서 생각나는 선수가 있나? 바로 지난 시즌까지 이 역할을 수행한 게리 페이튼이다. 페이튼 역시 마이애미에서는 특별히 스탯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원할한 볼배급과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마이애미 우승에 작지만 한 몫을 해냈다. 라일리 감독 역시 페니에게서 페이튼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게리 페이튼 역시 페니와 비슷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페니와는 달리 별다른 부상없이 선수 생활을 잘 이어왔으나, 마찬가지로 우승의 한을 품고 2004년 반지 원정대 LA 레이커스의 일원으로 합류하지만 실패, 그리고 2005년엔 보스턴 셀틱스로의 뜻하지 않은 트레이드, 이어 애틀랜타 호크스로의 트레이드, 애틀랜타로부터의 방출, FA자격으로 보스턴 셀틱스에 다시 합류라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06년 지금 페니보다 한 살 많은 서른여덟의 나이로 마이애미 히트에 합류하며, 끝내 염원하던 우승 트로피를 안게 되었다. 올해 마흔이 된 페이튼은 현재 은퇴가 예상되며, 그러면 마이애미와 시애틀에서 조촐한 은퇴 이벤트도 치뤄질 것이다. 자칫 명예회복은 물론, NBA 우승 트로피없이 은퇴 위기에 몰렸던 2년전을 생각하면, 멋지게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

그대! 당신! 너! 서른 일곱을 무시하지 말라. 여전히, 충분히, 뛸 수 있고, 달릴 수 있다. 페니가 예전처럼 덩크하고, 20득점, 30득점을 해야 부활일까? 나는 페니가 다시 NBA 코트에서 열심히 뛰고, 벤치에서 그 누구보다 해맑게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부활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올시즌 샤킬 오닐과 나란히 벤치에서 땀 뻘뻘 흘리며, 웃고 농담을 나누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by MLB춘 | 2007/10/22 15:40 | 농구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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