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아니죠, 퐈틀랜드 맞습니다.


NBA 퐈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 한 때는 스카티 피펜, 라쉬드 월러스, 데이먼 스타더마이어, 저메인 오닐, 사보니스, 본지 웰스 등 둘째가면 서러워 할만한 스타들을 보유 NBA 최강 전력 중 한 팀으로 꼽힌 적도 있었다. 구단주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 말해도 이견이 없는 Microsoft, 그래 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친구, 폴 앨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후 선수들의 갖은 말썽과 신통치 않은 성적으로 폴 앨런 구단주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스포츠 팀(NFL, NHL)에 더 애정을 쏟고 있는게 사실이다.

올시즌을 앞두고서 미래가 밝다는 것만은 모두들 알고 있었다. 지난 시즌 신인왕 브랜든 로이와 더불어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괴물센터 그렉 오든이 올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쁨도 잠시, 오든이 무릎 수술을 받으며 시즌아웃되어 버렸다.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한 퐈틀랜드의 팬들은 올시즌도 또 꼴지를 해서 올해 오든처럼 또 유망한 신인을 하나 더 물고 오자는 희망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하일성이 농구 몰라요라고 했던가. 농구는 참 모를 운동이었으니, 퐈틀랜드. 사고를 치고 말았다. 2007년 12월 무려 13연승을 거두며 일약 플레이오프 레이스에 당당히 합류한 것이다. 아직 감이 안오는 NBA팬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치면 더비 카운티나 위건 애쓸래틱이 한 달 내내 승리를 거두며 소위 빅4와 함께 순위 경쟁에 돌입했다고 보면 되고, MLB로 치면 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역시 한 달 내내 승리를 거두며 양키스와 레드삭스를 따돌리는 형국이라고 보면 되겠다.

본인 역시 일전에 퐈틀랜드를 조롱하며, 연고지 이전설, 던컨 영입설 등 썰들을 뿌리고 다녔는데, 이건 뭐 정말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퐈틀랜드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기적이라 칭하기엔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그들을 과소평가했나, 또 선입견, 편견에 우리는 퐈틀랜드를 비롯한 약자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모든 스포츠 종목들 가운데 농구야말로 감독의 역량이 그 어떤 스포츠보다 중요하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그야 농구 감독의 역할이 중요해서 그렇다고 말한건데, 어찌 그런다고 물으시냐면 그냥 농구 감독이..미안하다. 대장금 패러딘데 마무리를 짓지 못하겠다. 아무튼 그만큼 농구 감독은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그리고 퐈틀랜드의 이런 놀라운 상승세엔 무엇보다 감독의 힘이 크다. 바로 명장 네이트 맥밀런!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지난 20여년간 시애틀맨으로 살아왔던 맥밀런 감독은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2004-2005시즌 레이 앨런, 라샤드 루이스라는 NBA 최고의 3점슛 콤비와 리바운드 하나만은 당할 자 없는 레지 에반스, 데니 폿슨 골밑 콤비, 그리고 빠른 경기 진행에 놀라운 재능을 선보이는 루크 어린이를 포인트가드로 출전시키는 라인업으로 초유의 센세이션을 이미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시애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골밑에서 10득점은 커녕 5득점조차 해줄 선수가 없는 농구팀은 농구팀이 아니다.' '3점슛 하나로 어떻게 해보려는가 본데 택도 없다'가 대세였다.

그렇지만 맥밀런 감독은 데리고 있는 선수들로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라인업을 밀어붙였고, 선수시절 수비력으로 정평이 높았던 맥밀런의 취향답게 공격 땐 닥치고 3점슛, 수비는 전원 올해의 수비수라는 슬로건으로 정규시즌 북서부지구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정든 시애틀을 떠나 대책이 없던 퐈틀랜드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막상 도착한 퐈틀랜드는 역시 폐허였다. 잭 랜돌프, 대리우스 마일스, 후안 딕슨, 루벤 패터슨 등을 이끌고 맞이한 퐈틀랜드에서의 첫 시즌인 2005-06 시즌.. 2006년 4월 맥밀런 감독은 21승 61패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당시 상종가였던 랜돌프는 이 05-06시즌을 기점으로 취약한 수비와 자기 관리 미흡 등 여러 문제를 속출하며 주가가 오른지 1년만에 망가져버렸고, 실질적인 에이스 대리어스 마일스는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채 시즌을 반도 못뛰고 코트를 떠나야했다. 그나마 허슬이 좋은 루벤 패터슨, 후안 딕슨 등이 고군분투했지만, 6개월동안 21승을 거두는데 만족해야했다.

그리하여 맞이한 퐈틀랜드에서의 두번째 시즌, 바로 지난 시즌이 되겠다. 드디어 맥밀런 감독은 메스를 들었다. 눈여겨봤던 유망주 재럿 잭, 마텔 웹스터, 트래비스 아웃로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고, 특급 신인 브랜든 로이는 입단하자마자 맥밀런 감독의 에이스가 되었다. 불과 1년만에 랜돌프 중심의 팀을 로이 중심의 아주 어린 팀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기가 무섭게 맥밀런 감독은 얼빵한 아이재아 토마스 뉴욕 닉스 단장 겸 감독이 랜돌프를 원하자 채닝 프라이 등을 데려오며 처분해버렸다.



그리고 올시즌. 드디어 맥밀란 감독이 지난 시즌 뿌려놓은 씨앗들이 한꺼번에 열리며 풍년을 맞이했다. 에이스 로이는 말 할 것도 없고, 입단동기 앨드리지 역시 전폭적인 신뢰 속에 리그 최정상급의 빅맨으로 성장했으며, 앞선 잭, 웹스터, 아웃로 역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달리고 있다. 만약 맥밀란 감독이 작년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랜돌프를 비롯한 이름값 있는 선수들에게 메달렸다면 지난 시즌 거뒀던 32승 50패의 성적보단 조금 더 나은 성적을 거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맥밀란 감독은 자신의 선택을 믿었고, 결국 올해 풍년을 맞이한 것이다. 물론 더 잃을 것도 없는 퐈틀랜드에서였으니 가능했을 일일지 모른다. 뉴욕이나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 엄청난 팬들의 성화와 싸워야 하는 곳에서는 쉽지 않은 길일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맥밀런 감독. 진정 마이웨이다. 앞으로 우리는 그를 리빌딩의 교과서라고 불러야 한다.

미국 시간 12월 31일, 2007년의 마지막 날. 퐈틀랜드는 강호 유타 재즈에게 패하며 14연승에 실패했다. 젊은 팀이니 이제 상승세가 꺾여 연패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 날 퐈틀랜드의 모든 것, 맥밀란 감독이 친가 장례식에 참석한 관계로 경기에 빠졌다는 점이다. 2008년. 퐈틀랜드, 맥밀란의 아이들은 한 살 더 먹었다. 샌 안토니오나 마이애미라면 한 살 더 먹었다는 표현이 슬프겠지만, 퐈틀랜드의 선수들은 매우 어리다. 올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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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LB춘 | 2008/01/02 14:18 | 농구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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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Pub 춘 at 2008/01/02 14:21

제목 : 던컨&오든 트윈타워 설
NBA 경기를 관람 중인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져스의 구단주 폴 앨런(빨간셔츠에 안경 쓴 아저씨). 폴 앨런이 한글을 공부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루머를 만들어본다.한 달 전쯤 내 인터넷 커뮤니티 엠바다에 NBA게시판에 생기기 전, NBA매니아라는 꽤 큰 NBA커뮤니티에 잠시 깔짝 얼굴을 내비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샌왕 관련 글에 던컨&오든 설 미끼를 뿌렸는데, 이후 엠바다에 NBA게시판에 탄생해 발길이 끊겼지만, 이틀에 한 번 정......more

Commented by 하얀사자 at 2008/01/02 15:23
오든의 찹잡한 표정이 참... 자기 자리 걱정하는듯 합니다. ^^
Commented by 에라이 at 2008/01/02 15:38
퐈틀랜드는 구단주도 킹왕짱인데 말입니다...쟤들은 좋겠어요. 재계약 타이밍만 오면 맥시멈은 가뿐하니
Commented by kkongchi at 2008/01/02 18:01
맥밀란 감독 뚝심이 대단합니다...소닉스는 좀 아쉽겠어요..
Commented by Delacroix at 2008/01/03 02:56
포틀랜드 아니죠, 퐈틀랜드 맞습니다. <- (@_@)
Commented by 토오루 at 2008/01/03 08:33
진짜 맥밀란 효과가 대단하긴 합니다. 올해 포틀랜드 경기는 하나같이 재밌더군요. 유망주들이 하나같이 활약하는것이. ^^
Commented by 폭주천사 at 2008/01/03 20:24
리빌딩 팀에는 확실히 맥밀란 같은 올드스쿨 타입(일명 꼰대)의 감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로이와 앨드리지의 픽&팝은 이제 알고도 못막는 포틀랜드의 확실한 옵션이 되었더군요.
Commented by 룸할매 at 2008/01/03 23:48
농구는 9회말 투아웃까지도 모르죠.
Commented by 내사랑매니 at 2008/01/04 00:58
불과 몇년 사이에 이렇게 팀을 바꿔놓은 맥밀란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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